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서툰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는, 정서 표현에 대한 모델을 제대로 배우지 못합니다. 이는 자기 감정을 억누르거나 왜곡된 방식으로 표현하게 되는 정서 발달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감정 표현이 어려운 부모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과 함께, 가정 내에서 정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대화의 시작점에 대해 다룹니다. 정서적 공감과 표현은 단순한 말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안전하게 만드는 기반입니다. 감정은 억누른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표현되지 못한 채 마음속에 쌓여 결국 언젠가는 다른 방식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부모의 감정 표현은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중요한 교육입니다.

1️⃣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부모,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부모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거나, 감정을 억제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일 때, 아이는 정서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기준을 잃게 됩니다. 기쁨, 슬픔, 화남, 두려움 같은 감정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반응이지만, 이를 숨기거나 무시하는 가정 분위기 속에서는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거나 숨기는 방향으로 정서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괜찮아, 참아야지", "울면 약해 보인다" 같은 말을 반복해서 듣고 자란 아이는 슬픔이나 분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게 됩니다. 감정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억누르는 습관은 시간이 지나며 내면의 불안, 우울, 공격성 등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또래 관계나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어려움을 겪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정서적 모델입니다.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표현된 감정을 수용해주는 태도는 아이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줍니다. 따라서 아이의 정서 발달을 건강하게 이끌기 위해서는, 부모 스스로 감정을 인식하고 적절하게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결국 감정을 숨기는 태도는 ‘상처받지 않는 방법’이 아니라, 마음의 문을 닫는 방법이 됩니다. 어린 시절부터 감정을 억누른 아이는 자신을 이해받는 경험이 부족해지고, 타인과의 깊은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감정 표현이 막힌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자신의 감정에 확신을 가지기 어렵고, 표현 자체를 혼란스러워하게 됩니다.
2️⃣ 감정을 숨기는 문화와 ‘좋은 부모’라는 환상
많은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아이에게 드러내지 않는 이유는 ‘아이 앞에서 약한 모습 보여선 안 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는 부모가 늘 강하고 흔들림 없는 존재이기를 기대하며, 감정 표현을 무능함이나 미성숙으로 연결짓는 경향도 있습니다. 하지만 감정을 억제하는 것이 꼭 성숙한 태도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숨기면, 아이도 감정을 숨기는 방식을 그대로 배웁니다. 이는 감정 표현 자체를 두려워하게 만들고, 자기 감정을 이해하거나 타인의 감정을 읽는 능력인 '감정 조절력'과 '공감 능력' 발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결국 이는 감정적인 대화를 회피하거나, 반대로 감정이 폭발적으로 표출되는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좋은 부모는 ‘진짜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부모’입니다. 감정을 숨기지 않고 아이와 함께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오히려 신뢰를 쌓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실망, 분노, 슬픔 같은 감정을 공유하면서도 아이에게 감정 표현의 건강한 예시를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정서 교육입니다. 오히려 부모가 솔직한 감정을 인정하고 회복해가는 모습을 보여줄 때, 아이는 감정이라는 것이 흘러가고, 다스릴 수 있는 것임을 자연스럽게 배웁니다. '아이 앞에서는 늘 괜찮아 보여야 한다'는 신념은 부모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아이에게도 감정은 숨겨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말보다 ‘마음의 기류’를 더 잘 읽습니다.
3️⃣ 정서 표현,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습관은 갑자기 생기지 않습니다. 평소에 감정의 이름을 인식하고, 이를 말로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지금 좀 서운해", "이 일은 나를 기쁘게 했어", "속상하긴 한데 괜찮아지고 있어"처럼, 자신의 감정을 짧은 문장으로라도 말해보는 것이 시작입니다. 부모가 먼저 자신을 관찰하고 감정을 언어화할 수 있어야, 아이도 그것을 자연스럽게 따라 배우게 됩니다. 아이가 어떤 감정을 드러낼 때, 그 감정을 부정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그럴 수 있어”, “그렇게 느끼는구나”라고 반응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정서적 안전감을 주는 방식입니다. 감정 표현에는 일상적인 대화 환경도 영향을 줍니다. 항상 명령하거나 지시만 하는 대화보다는, “오늘 어땠어?”, “뭐가 제일 좋았어?”, “속상한 일은 없었어?”처럼 감정을 묻고 듣는 대화를 자주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는 말로 표현한 감정을 통해 스스로를 이해하는 능력을 키워갑니다. 정서 표현은 아이의 평생 사회성과 정서 건강을 좌우하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말투나 표정 하나까지도 아이는 민감하게 느끼고 따라 하기 때문에, 부모의 작은 감정 표현도 큰 교육이 될 수 있습니다. 정서 표현은 교육이 아니라 관계의 방식입니다. 감정은 말로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눈빛, 몸짓, 그리고 평소의 태도 속에 깃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 감정 표현은 부모가 물려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유산입니다
감정을 억누르며 사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잘못된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감정을 표현하고 나누는 습관은, 아이의 정서 안정과 자기 이해의 시작점입니다. 부모가 감정을 드러내는 연습을 할수록, 아이도 감정을 건강하게 다루는 방법을 배웁니다. 감정 표현은 연습이자, 관계를 깊게 만드는 연결의 언어입니다. 아이는 부모가 보여주는 감정의 언어로 세상과의 관계를 배웁니다. 조용히 공감해주는 말, 숨김 없는 마음의 표현 하나가 아이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습니다. 감정을 드러내는 용기는 결국 서로를 향한 신뢰로 이어집니다.